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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버스가 하루에 몇번 겨우 손을 꼽아야 오던 곳. 

시내가 아닌 시외로 치부되어 시내를 돌아다니는 파란 버스가 아닌 시외로 향하는 빨간 버스가 정차하던 곳.

 

시절이 발달함에 따라 우리 동네에도 이제 파란 버스가 다니고, 낮에는 여전히 뜸하기는 하나, 그래도 한시간에 하나 정도는 버스가 돌아다니고, 스마트 폰에 카톡을 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자 보내기도, 톡 보내기도 가끔은 난이도가 올라가는 우리 형님들. 

 

나이 60은 젊은 축이고, 대부분 70대, 유모자를 자가용처럼 끌고 다녀도, 농사 지을 때는 젊은 사람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지신 우리 동네 어머님들.

 

농사를 지어봤자 판로가 없어서 걱정이라고요?

힘들게 농사지어 시장에 나가 하루종일 앉아서 팔아봤자.... 정말 그럴까요?

 

그래서 여쭤봤습니다. 

 

형님들, 농사 지은 거는 어떻게 팔아요?

 

1. 누구나 다 아는 시장에서 판매하기.

시장 판매는 5일장 판매와 상시 시장 판매로 나눌 수 있는데요. 각 시장마다 노점이 가능한 자리가 있습니다. 하루 또는 월 단위로 자릿세를 받는다고 알고 있어요. 집에 따로 농사짓는 사람이 있는 경우라면 모르지만, 없는 경우에는 종일 하는 상시 시장보다 새벽일찍 나가서 오전에 들어오는 아침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이 많구요, 혼자 물품이 어려우니 옆동네의 물품들을 사서 판매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동네의 경우 5일장에서 약초장사 하시는 할머니가 계신데, 5일장을 위해서 일주일 내내 부지런히 약초를 말려서 판매를 하십니다. 

 

2. 알고보면 안하는 집이 없는 도매로 넘기기.

잔파 7단, 콩 5키로, 깐마늘 4키로. 열무 5단. 부추 4단. 

얼마 전에 우리동네 어머니들이 도매로 넘긴 채소들입니다. 한꺼번에 가져간 것은 아닙니다. 한 분, 한 분이 작업한 것들이지요. 밤에, 혹은 새벽같이 잔파를 까고, 마늘을 까고, 콩을 까서 단을 묶습니다. 단을 묶는 것에 어떤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편할 대로 눈대중으로 묶어서 (한 두단으로 돈이 안되니 몇 단을 만들어) 시장에 있는 채소 판매상에 가져 갑니다. 그럼 채소 판매상은 일명 '도매가'로 그 채소들을 사는 것이지요. 시세는 그 때 그 때 다르지만, 서로간의 흥정을 통해, 혹은 주는 대로 받아 옵니다.  참고로 얼마전에 깐마늘은 1키로 4천원, 콩은 1키로 5천원, 잔파 1단(대충 600그램 정도) 5천원 정도 했어요. 

보통 아침에 팔러갈 때는 4시쯤 가는데 이 때 차에서 내리면 바로 받아가겠다고 타 도시 판매상들도 와서 대기하고 있다네요.

 

3. 때가 되면 항상 하는 차팔이

이건 일정 시간이 되면 야채 장사를 하나 트럭이나, 농협의 경매트럭이 와서, 작업해 놓은 농산물을 수거해 가는 것인데요, 우리동네의 경우는 고구마줄을 이렇게 판매 합니다.

고구마가 한창 자라고, 고구마줄을 딸 때가 되면 일정시간이 되면 야채 트럭이 와서 고구마줄을 사 갑니다. 시세는 그날 그날 약간 차이가 나지만 제법 쏠쏠한 용돈벌이가 됩니다. 

 

4. 인맥이 곧 나의 고객

농사일이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은 농사를 지어보신 분이라면 다들 잘 아실 겁니다. 고추, 오이, 가지, 호박, 집집이 자기 먹을 채소는 자기가 짓지마는 글쎄요... 누구나가 다 필요한게 있기 마련이지요. 딱 내먹을만큼만 농사를 짓는 분이 계신가하면, 내 먹고도 남을 정도로 짓는 농사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추, 참깨, 들깨 등이 대표적이지요.  내가 이 농사를 짓는다는 소문이 나면, 혹은 필요한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음알음 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동네는 마늘이 맛있는데요 객지에 나가서도 마늘 맛을 못 잊어 계속 구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마을에 있는 사람을 통해 동네 마늘을 구입해 먹으려고 하지요. 비단 마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국산 깨를 구하는 사람이라거나, 콩, 고춧가루 등을 그렇게 인맥을 통해 판매를 하게 되는 겁니다. 매실, 개복숭, 밤, 유자 등등 흔지 않은 계절 작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5. 다년간 쌓아올린 믿음이 곧 내 판매처

위 4번이 좀 난이도가 있다면, 5번은 마지막이자 가장 난이도가 높은 판매방식이 아닐까 하는데요,  여기서 다년간이라는 것은 농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신뢰를 이야기 합니다. 그러니까 솜씨가 깔끔하고, 음식솜씨가 좋은 형님이 계신데, 이 형님은 목욕탕 단골 고객이십니다. 이쯤 되면 눈치빠른 분은 이해가 가실 겁니다. 처음에는 한두번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눠 먹는다거나, 혹은 필요한 채소를 가져다 준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시작 된 거래가 어? 그 형님 음식 솜씨가 갈끔하고 좋아. 채소도 하나 손 갈것 없이 다듬어서 가져다 주더라. 이런 소문과 함께 거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서 이제는 단골로 다니던 목욕탕을 옮겨도 사람들이 알아보고 신뢰를 바탕으로 '음식물반입금지'라는 말에 유일하게 예외가 되었다는 형님. 정말 들으면 들을수록 대단하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SNS로 깔짝깔짝 파는 것을 보고, 아이고 저거 잘한다 해도 실상 제가 들어보면 그러는 형님들에 비하면 저는 뱁새가 된 기분이라죠. 그래서 꼭 써 보고 싶었습니다. 아닌척 해도 능력있는 우리 형님들 이야기. 아마 다른 동네 어머니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데요, 이런 형님들을 보면 제가 SNS판매니, 판로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은 말짱 노력부족으로 느껴지는 겁니다. 

 

저는 경남 통영시 광도면 대촌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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